<브런치 뉴요커의 글 #12> * 제가 작성한 글이며, 시간이 다소 경과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미국에 산다고 하면 마냥 '우와~~'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보지만 여전히 부러움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미국에 산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쓰고자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특별히 지하철을 타지 않고 센트럴파크를 따라서 남하하는 버스를 탔다. 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하철과 사뭇 다르게 공원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보면서 문득 미국에서의 삶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되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슬프게도 '포기'였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포기한 것들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나는 서부에 계신 먼 친척들과 내 아내를 빼고는 가족이 없다. 쉽게 오갈 수 없는 이곳에서 가족과 떨어져서 살아간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매우 큰 포기이다. 이곳에서 살다가 문득 가족 생각이 들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가족과 떨어져서 못 보고 지내도 될 만큼 이것이 가치가 있는 삶일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날카롭게 스친다. 수백 번, 수천번 생각을 했어도 아직도 명확히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기보다 보고 싶고 함께 하고픈 마음을 꾹꾹 억지로 눌러가며 결론을 미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또한, 이곳에 있다 보면 건강을 포기하게 된다. 물론 나는 회사에서 훌륭한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지만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보험과 친절한 서비스에 비하면 여기는 병원 갈 맛이 나지 않는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글이다. 주변에 미국에 살면서 건강을 잘 챙기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의료보험을 쓰고 다시 나르는 이른바 먹튀가 보도된 것을 보았는데, 나는 출국과 함께 아예 보험을 없애고 귀국 시마다 살리지도 않았다.
나는 또한 편리한 삶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9년을 살면서 영어가 늘었다고 해도 30년을 훌쩍 넘게 사용한 한국어만큼 편안한 언어는 없다. 보고서를 써도, 통화나 의사소통을 해도 더 많은 생각과 시간을 할애하면서 나는 편리함을 포기했다. 대중교통의 편리함은 대한민국이 단언컨대 최고다 혹은 적어도 미국보다 훨씬 깨끗하고 편리하다.
그리고 지금에야 카톡, 이메일 등의 통신수단 발달로 연락과 연결이 자유롭지만 내가 떠나올 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쓰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였고 카톡의 존재도 몰랐다. 나는 자연스레 한국의 인맥을 포기했고, 친한 친구들의 경조사도 모르고 지내오며 그들에게는 '친구'이기를 포기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어 준 이들에겐 표현하지 않았지만 많이 고맙다.
이처럼 포기하는 것들이 많으면서도 왜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지금의 우리 세대는 미국에 산다고 해서 '아메리칸드림'의 대성공을 이루기에는 늦었음에도 나는 나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이루고자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더 걸리고 지름길과 편한 길을 몰라서 헤매고 돌아서 왔지만 여태껏 나는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며 내가 미국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이뤄가고 있다.
미국에서의 성공은 한국에서의 성공보다 더 큰 풍요로움과 높은 삶의 질을 가져옴과 동시에 소수인 한국인이라는, 그것도 한국에서 온 토종이라는 나의 희소성이 내 성공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는 더욱 치열하게 살아남으려고 한다. 대학원 때부터도 미국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었고, 그랬기에 지금껏 한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결코 성공하지 않았고, 내 목표의 반조차도 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 과거를 돌아보고 꿈을 이뤄가고 있음에 만족하는 것은 현실에 감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금수저도, 명문 대학의 엘리트 출신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진하고 발전해올 수 있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 아닐 수 없다. 현실과 지나온 것에 감사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그리고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비록 그 행복이 크지 않고, 누리는 것이 많지 않더라도 사소한 것을 찾아 감사하고 만족하며 스스로를 칭찬하고 독려해줘야 한다.
그것이 동기부여이자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힘찬 도약이 될 것이다. 적어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독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한 번 그동안 이룬 것 혹은 지금 누리는 것에 감사함을 찾아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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