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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 일상 이야기와 경험

대한민국, 고국에 돌아가는 것에 실패한 나의 인생 - 수많은 실패와 두려움을 극복한 나의 정착 이야기

by newyork.tom 2020. 7. 29.

<브런치 뉴요커의 글 #56> *제가 직접 작성한 글이며, 브런치에서 작성한지는 시일이 경과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티스토리로 글을 옮기고 있는데, 이제 거의 다 되었네요. 완료가 되면 브런치, 티스토리 동시에 업로드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의 실패, 나의 두려움'이라는 공모전 주제를 봤을 때, 딱히 글감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늘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라고 나 스스로를 믿고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든 순간순간이 그저 감사하고, 새로운 것을 성취하고 도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리 힘든 순간들도 이겨내고 겪어 왔기에 쉽게 내 인생에서 '실패'를 떠올릴 수 없었다. 다소 교만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실패한 적이 없다기보다, 그러한 성장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실패들을 인정하기 싫어서 늘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고자 노력을 해왔던 것 인지 모른다.

 

글의 제목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으로의 귀국과 정착 도전에 실패하고 미국에서의 정착에 성공한 사람이다

사실 아직 성공했다는 표현은 섣부르나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에 충분히 감사함을 느끼고 새로운 도전에 있어 아낌없이 나를 던지고 있기에 나는 충분히 이곳에서의 삶을 성공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특히, 최근 코로나나 인종차별, 취업비자 제한, 유학생 비자 취소 예정, 대선 등 2020년의 미국은 대혼란의 상황이 겹치게 되면서 하루하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신분이 안정적이지 않은 외국인들에겐 지옥 같은 초조함의 연속인 상황인데, 우여곡절 끝에 얻게 되었더라도 현재 영주권 신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음에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나는 늘 살아오면서 실패를 거름이나 거울 삼아 성공을 쟁취하려 투쟁을 해온 열정 넘치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지방 대학교에 가게 되었고, 군대에서 문득 이렇게 노는 것만 좋아하고 살아가기엔 부모님을 뵐 낯도, 내 인생에도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역 후 파트타임 일들을 병행하면서 졸업 때까지 학교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았지만 당시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물론 지금은 더 치열하지만...) 게다가 학력도 대놓고 취업 중요 요소로 확인하던 시절에 지방 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욕심이 많은 내겐 실패로 각인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여유롭지 않은 가정환경임에도 고집에 고집을 부려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물론, 유학을 올 수 있을 환경이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어떤 분들께는 출발점이 다른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정말 다른 유학생들과 많은 비교가 될 정도로 크게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었기에 여러분께 경험을 나누고자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화려한 불꽃들처럼 내 인생은 화려할 일만 남았다고 느꼈다

 

내 유학 생활 또한 내가 상상하던 '미국 MBA 유학생'에 대한 환상을 빗댄다면 나는 또 한 번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같은 시기 유학했던 또래들 중에는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고, 같은 도시 안에서 유학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가 살고 있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금수저들이 많았다. 풍족한 삶 속에서 수업을 즐기고 쉬는 날이나 저녁마다 맛있고 비싼 음식들을 사 먹으며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에 비하면 나의 유학 생활은 이제와 밝히지만 정말 처절한 생존 싸움이었다. 잘 사는 또래들이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사 먹을 때,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겨우겨우 맛을 내어서 한 솥 끓여두면 몇 날 며칠을 같은 메뉴로 때우기도 하고, 교회에 나가서 설거지를 돕고 어른들께 예쁨 받아 반찬을 받아와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멋지고 풍요로운 그런 유학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상상 속의 유학 생활에는 철저히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이 나는 전혀 부끄럽지도, 실패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러한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사소할지라도 매우 큰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학교에서 40분 떨어진 먼 거주지와 늘 한솥 끓여서 며칠을 먹던 나의 부대찌개

 

나를 쥐어 짜내 듯 어렵고 힘든 석사 과정을 졸업해내면서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내가 미국에 출국할 때만 해도 나는 유학을 마치면 당연히 한국에 돌아가서 취업을 하고 살아갈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나는 뭔가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한국에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아이러니 하지만 지금의 2020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그 당시엔 미국에 남고 싶은 큰 메리트들이었다. 인종차별 이슈가 갑자기 크게 부각이 되었지만 사실 다른 면에서의 미국은 기회적인 부분에서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생각했고, 커리어 부분에서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열정 때문에 귀국을 망설이다가 취업 도전으로 마음을 굳히며 한국으로의 귀국 결정에 실패하게 되었다.

 

만약 그 상태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글로벌 회사나 미국 대기업에 쉽게 취업을 했다면 내 인생은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까?

 

항상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고, 사실 지금도 가끔 이 질문을 떠올리곤 한다. 졸업 바로 직전 미리 신청한 OPT라는 유학생이 취업을 할 수 있는 노동 허가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카드가 드디어 졸업 후 1개월 뒤 승인이 되고 집으로 배송이 되고 있다는 안내가 떴고, 이미 진행한 그리고 예정된 인터뷰 담당자들에게 관련 소식을 알렸고, 나는 추가적인 인터뷰도 배정받는 등 항해는 순조로웠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12월 27일

그 날은 내 취업 허가 카드가 동네 우체국을 떠나 내가 거주하고 있던 집으로 오고 있다는 안내가 뜬 날이었다. 보통 우편물이라면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그 편지 봉투는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나는 우체국 본사 전화를 통해서는 물론 지역 우편 집중국 등 온 동네를 뒤져봤지만 허사였고, 새로운 카드에 지원을 했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3개월과 추가적인 비용이 나가게 되었다. 면접의 기회? 당연히 그들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유학 후 미국 취업 과정에 대해 아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12월에 나는 취업을 성공해서 1~2개월 내에 내 역량을 보이고 4월에 일괄 모집하는 H1B 비자에 지원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3개월이 지연되면서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소위 말하는 '미국 회사' 취업에 실패하게 된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가는 결정에 실패를 했던 나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고, 미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에 취업을 하면 합법적인 취업과 더불어 꼭 4월이 아니어도 지원받을 수 있는 비자가 있음을 공부하고 취업 전략을 변경했고, 해당 산업 분야에서는 업계를 리드하는 회사에 취업해서 아주 많은 좋은 경험을 쌓을 수가 있었다.

결과론적이지만 내가 그때 한국 회사에서 미국 시장을 경험해보지 않고 곧바로 미국 회사에 갔다면 내 커리어는 오히려 망가졌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아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기에 가히 성공적이었다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세월이 자나 감사하게도 아내와 영주권 취득에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꽤나 안정적이던 한국 회사의 자리와 대우를 유지하는데 실패하고 또 다른 꿈을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회사였지만 업무와 일부 문화에 지친 나머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내가 유학생 때 꼭 가고 싶어 했던 회사에 도전장을 던지게 되었다.

쉽게 그 도전에 성공했을까?

 

처음 이력서를 던지고 화상 면접을 초대받게 되어 매우 자만했던 것인지 그 이후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 실패했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고 같은 회사에 재도전을 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화상 면접을 봤지만 컴퓨터가 자동으로 선정한 질문에 카메라를 보고 일방적인 답변만 하는 것은 나의 진가를 보여주기엔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나는 뉴욕에 위치한 회사의 본사에 직접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두렵기도 했고, 오히려 화상 면접 결과에 악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서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감히 들어갔다. 우연히 문 앞에서 마주친 여성분께 반갑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지나는 길을 막아서 미안하다는 표현을 했더니 지금 누군가 도와주고 있는지,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는지 묻길래 당찬 포부로 상황 설명을 했다. 당시 미국에 7년을 살면서 본 사람들 중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지어주시면서 그런 태도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하셨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본사의 인사 부사장이셨다. 그렇게 나는 실패와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회사의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 커리어를 만들 수 있었고, 조그맣게나마 나만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러 경험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게 되었다.

 

지금도 너무 감사한 Compass Group을 통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모건 라이브러리에서의 커리어

 

 

이대로만, 정말 이대로만 지속된다면 나의 인생과 미국 생활은 정말 성공한 풍족한 삶을 누릴 것 같던 2020년 초반에 코로나와 인종차별 이슈, 그리고 최근 발생한 외국인 취업비자 제한과 유학생 비자 취소 및 추방 계획 등 일련의 변화들은 심리적으로 나를, 그리고 아내를 크게 흔들어놨다. 

나는 미국에서의 11년을, 아내는 9년을 각각 살아왔지만 지금 미국의 상황은 매우 낯설고 차갑게만 느껴졌고,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한국으로의 귀국과 정착을 처음으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졌고, 외국인으로서 느끼게 되는 차가운 시선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조치의 대상이 되는 외국인의 삶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영주권자라도 사실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괴리감은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낯선 감정이기에 우리는 많은 고민을 했던 상반기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또 한 번 한국으로의 귀국에 실패를 했다

 

여러 가지 악조건과 어려운 상황, 그리고 향후 난관도 예상이 되지만 우리가 결심한 도전에 있어서 브레이크를 잡고 돌아가기엔 아직도 남아서 해야 할, 이뤄야 할 도전들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지금 당장은 그러한 도전이 무모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는 불안한 감정이 있더라도 1년 전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면 큰 발전이 있듯, 눈 딱 감고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고 힘을 내보자며 서로를 다독이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한국으로의 귀국 실패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이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리고 내심 실패를 공개하는 것에 부끄러웠던 나 자신을 내려놓고 공모전에 응모하게 되었다.

 

실패하고 두려움에 맞닥뜨리는 순간만큼 인간이 나약해지는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매우 성공한 사람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훌륭하게 조언을 던질 위치나 사람도 아니지만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그리고 혹시나 운이 좋아 공모전에 당선되어 누군가에게 내 목소리로 이 내용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내 목소리를 듣고 계신 누군가에게 내 작은 해외생활 경험담이 조그마한 희망과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용기 내어 도전을 알리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 본 글은 EBS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응모작입니다. 글을 인용하실 경우 출처를 명확히 밝혀 주시고, 이 글 댓글에 사용처를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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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우 ChoHow

미국 11년차의 일상 및 직장 생활의 노하우를 전하는 조하우! 브런치 작가 (뉴요커)로도 활동중입니다! 쥐뿔도 모르면서 건너온 미국에서의 삶과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 미국 취업, 생활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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