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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 일상 이야기와 경험

퇴사하고 달려간 업스테이트 <뉴욕> - 북쪽으로 1~2시간만 가도 달라지는 뉴욕

by newyork.tom 2020. 7. 25.

<브런치 뉴요커의 글 #31> *제가 직접 작성한 글이며, 브런치에서 작성한지는 시일이 경과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Compass Group에서 퇴사한 후 입사 예정인 Marriott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까지 1주일 반 가량의 공백이 생기게 되었다. Compass Group에서 Public Venue를 담당하다 보니 주말 출근을 하는 경우도 많았어서 그동안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을 준비했다. 사실 이곳 여행을 처음 기획할 때는 퇴사가 확정이 된 상황이 아닌지라 Compass Group에 휴가를 요청하여 일정을 비워둔 상태였는데, 예약 이후 Marriott으로부터 Offer를 받게 되어 퇴사 기념 여행이 되어버렸다. Compass Group의 Work Anniversary (입사 1주년) 겸, 생일 여행으로 기획한 여행이 퇴사, 이직, 생일 축하 여행으로 바뀌게 되었다. 휴가가 부족한 아내의 상황상 해외로 나가기는 조금 아깝고 근교에서 가볼만한 곳을 살펴보던 중 이번 목적지를 정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내의 회사는 본인, 배우자, 자녀, 부모님의 생일에 추가로 휴가를 주는 매우 좋은 복지 제도가 있어 내 생일을 통해 하루를 추가로 받게 되어 총 3박 4일의 여정을 준비할 수 있었다.

 

■ Getaway House ■

다시 또 가고 싶은 곳! (와인들은 우리가 챙겨간 것들이다)

 

요즘 대도시 주변에서 1~2시간 이내에 있는 숲 속에 간이 통나무집처럼 트레일러를 꾸며 놓은 숙박 시설 회사인데, 침대 옆에 대형 창문을 통해 숲을 바라볼 수 있게 꾸며둔 것이 너무 멋져서 미국의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에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등장하였다. 바쁘고 번잡하며 나무 구경이 힘든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유행이 되었으며, 뉴욕 인근에도 2곳을 운영 중이라 이번에 방문을 계획하게 되었다. 처음 생긴 곳은 화장실이 매우 불편하다고 들었다. 용변을 본 후 하루에 한 번 포일로 감싸서 직접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자연이 좋아도 너무 걱정이 되던 차에 이번에 같은 산의 반대편에 새로운 시설이 오픈했다고 하여 조사를 해보니 현대식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예약을 진행하였다.

 

 

통나무집 영상!

 

요금은 평일 1박에 $169부터 주말 $199로 체크인을 하는 날짜와 시즌에 따라 다르다. 인기 시즌의 경우 $200은 기본으로 시작이 된다. 다행히 세금이 추가되면 1박에 최소 $200 가까이 들기 때문에 저렴한 여행지라고 보기는 힘들고, 시설 대비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리서치를 한 끝에 3박 4일 패키지를 발견하여 정가 예약 대비 50%가량을 절약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예약을 진행하면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경치가 좋은 곳으로 메모를 남겼고 만족스러운 숙소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아내는 바베큐부터 밀푀유 나베, 그리고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는 장비까지 정말 신이 나서 열정적으로 준비하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다. 내 커리어와 승진 욕심 때문에 주말 근무를 자청하면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던 내 모습에 후회도 되고 다시금 내 인생에서의 가장 중요한 직업은 '남편'임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꼼꼼히 챙긴다고 챙겼는데 DSLR SD카드와 사업 아이템 제품 촬영용 샘플 제품을 두고 갔다는...

 

■ 첫째 날 ■

 

겨울 치고는 폭우 수준의 비가 종일 내리는 날이었다. 기온이 낮았다면 눈이 아름답게 내리고, 수북하게 쌓인 눈 덮인 숲을 바라보면 너무 아름다웠을 테지만 그렇지 못할 것 같아서 정말 아쉬웠다. 다시금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뉴욕 북쪽으로 올라가는 내내 비가 내리는데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시야가 매우 좋지 않아서 운전이 정말 쉽지 않았던 날이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조금 더 추운 날씨 때문인지 녹지 않은 눈들이 보였고, 제법 많은 양의 눈이 최근에 왔음을 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내가 기대했던 눈 덮인 숲을 볼 수 있었다.

 

바닥에 눈이 여전히 쌓여 있어서 원하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는 따로 체크인을 하는 카운터나 센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자로 도어락의 번호를 배정받게 되며, 체크인 시간 이후가 되면 접근 권한이 생겨서 도착하는 대로 숙소를 사용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살펴본 우리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담하지만 예쁘고, 작지만 거의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매우 만족스러운 시설이었다. 히터는 있으나 바람이 잘 데워지지 않아서 포터블 히터라고 불리는 간이 히터가 있는데, 방을 덥히기엔 충분했다. 또한 가장 좋았던 것은 침대 하단에 온돌같이 침대가 놓인 바닥을 덥히는 기능이 있어서 잘 때 추운 걱정은 전혀 없었다.

 

오후 늦게 비는 그쳤지만 바베큐를 하기엔 불가능한 조건이라 방에서 아내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밀푀유 나베와 함께 조촐한 생일 파티를 했다. 아내가 요리 실력이 뛰어난 것은 어머니가 전주에서 식당을 30년 넘게 운영해오신 요리 실력자이심과 더불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먹을 복을 타고났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어쨌든 맛있는 저녁을 마치고 우리는 각자 준비한 책을 읽으며 첫째 날의 일정을 마쳤다.

 

아내가 정성스레 준비한 밀푀유 나베!

 

■ 둘째 날 ■

 

맑지는 않았지만 그친 비 덕분에 아침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따뜻한 티와 책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경험은 정말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불피우고 책을 읽고 부지런하게 움직인 둘째 날 아침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나는 1시간가량 더 북쪽에 있는 Howe Cavern이라는 지하 동굴 관광지에 가는 것을 계획해뒀고, 그곳 방문을 둘 째날 일정에 포함시켰다. 북쪽으로 더 갈수록 길에는 제설 작업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겨울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제법 위험한 길이 많았다

 

동굴은 약 200년 전에 발견되었으며, 신비한 지형을 탐험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동굴 안에 형성된 강을 배를 타고 왕복해보는 것인데 마치 지금은 없어진 에버랜드의 지구마을이라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아서 둘 다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배는 폭포 앞까지만 운영을 하고 (폭포 방문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별도의 탐험 패키지를 구매해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잠시 동굴의 조명을 소등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암흑이 되는데 멋진 경험이었다.

 

 

동굴 속을 배를 타고 탐험하게 될 줄이야!

 

이 지역에서는 나름 동굴 속 특별한 결혼식이나 프로포즈로 유명한 장소 구경도 했다. 나가는 길에 Winding Way라고 불리는 매우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는데, 흡사 Antelope Canyon의 일부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색도 다르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Antelope Canyon 예쁘지만 말이다). 여행지마다 기념 자석을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하나 구매를 하고, 동굴에서 숙성시킨 Aged Cheddar Cheese도 구매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프로포즈와 결혼식으로 유명한 장소

 

 

 

좁은 협곡을 따라 걷는 코스인데 Antelope Canyon 축소판 같았다.

 

드디어 내가 가장 고대하던 바베큐 타임이 되었는데, 날씨가 추운 편이라 준비가 쉽지 않았다. 준비해 간 숯으로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굽는데 열기가 조금 부족해서 쉽진 않았지만 제법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 후에 그곳에 있는 참나무 장작을 사용해 우리만의 작은 캠프파이어를 하고, 패키지 구매 선물로 딸려온 S'mores를 준비해서 먹을 수 있었다.

 

맛있었지만 조금 아쉬웠던 이번 여행 첫 바베큐

 

여기서 잠깐, S'mores란?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전통적으로 즐겨먹은 디저트인데, 그라함 비스킷 사이에 초콜릿을 넣고 꼬치에 끼운 마시멜로를 캠프파이어 불에 구워 녹인 후 같이 올려 먹는 특별한 간식이다. 1920년대 걸스카웃 캠핑에서 시초를 보고 있는 북미권 국민 간식이다. 어린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며, 더 달라는 의미의 Some more가 변형되어 S'more가 된 것이다. 맛이 워낙 뛰어나 이 맛의 이름을 딴 아이스크림 등 파생 상품이 매우 많다.

 

 

S'mores... 또 먹고 싶다

 

남은 장작불 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놀랄 만큼 많은 별들이 보였다. 종일 흐린 날씨라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선물처럼 약 1시간 정도 하늘이 말끔하게 개었다.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는 (가져간 DSLR 카메라는 깜빡하고 SD 카드를 챙기지 않아서 활용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최근 바꾼 Iphone 11 Pro의 카메라 성능에 깜짝 놀라긴 했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겼다. 우리는 그렇게 둘째 날 일정을 마쳤다.

 

정말 아름다운 별들

 

 

 

장작타는 소리마저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커다란 장작들이 모두 불타고 재가 되어 가는 모습

 

 셋째  ■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구글 지도를 보며 주변을 살펴보니 폭포가 몇 개 보여서 갑작스러운 외출을 하게 되었다. 약 30분 정도 거리였는데, Scenic View Road라고 하여 드라이브하기 좋은 경치 좋은 길이 이어졌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들이 보였고, 길 바로 옆에 제법 큰 폭포가 보여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Kaaterskill Falls라는 관광지 표시 (표지판에 갈색 배경인 것은 한국과 같다)가 보여 가보기로 결정하고, 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해 보여 등반하는 동안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을 찾아서 접근을 하기로 했다. 막상 차에서 내려보니 쌓인 눈에 전날 내린 비가 그대로 얼어붙어서 매우 미끄러웠다. 등산화는 신었지만 아이젠이 없어서 포기하려다가 둘 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녀와보기로 했다. 폭포 하단부까지는 0.7 마일 정도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0.3 마일 정도 거리의 전망대까지만 가기로 했다. 폭포가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물소리에 폭포가 작지 않고 웅장한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 도달하자 엄청난 경관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더욱 웅장한 폭포도 많이 봤지만 설경과 더불어 거대한 빙벽과 함께 하단부에 물이 얼어붙어 빚어낸 겨울 경관은 그야말로 겨울왕국 그 자체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정말 멋진 광경에 아내도 나도 한참을 넋을 놓고 폭포를 바라봤다. 일상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절로 날아가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경험이었다.

 

정말 봐도봐도 멋진 장관이었다. 카메라로 그 느낌을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추웠던 몸을 녹이려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역시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라면을 통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준비한 고기가 많이 남았기에 이날도 역시 바베큐를 준비했다. 전 날 숯으로 구운 고기가 약간 불만족스러워서 숙소에서 준비되어 있던 참나무를 한참 태워 자체 숯을 만들고 향을 입혀서 먹어보기로 했다. 남은 삼겹살과 마트에서 구매한 드라이에이징이 된 거대한 스테이크, 그리고 소세지가 메뉴였다. 참나무향을 입은 고기들은 그야말로 진미였고, 그 향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S'mores를 한 번 더 만들어 먹고 어김없이 와인과 함께 마지막 날을 준비했다.

 

바베큐, 스모어, 성공적

 

■ 넷째 날 ■

 

아쉬움을 뒤로하고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떠났다. 생각하고 곱씹을수록 너무 좋은 힐링 여행이었고, 아내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우리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닮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기에 사랑이 더욱 두터워질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Woodbury Outlet이라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쇼핑센터가 있어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새 직장에서 더욱 말끔하고 프로페셔널 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정장과 구두, 벨트, 가방 등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와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여행은 삶에 대해서 깊이 있게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미디어에 갇힌 일상생활이 얼마나 많은 단절을 가져왔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좁은 공간과 아무도 없는 자연 속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에게 더욱 의지하고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바쁘게 여유 없는 삶을 살아왔는지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바쁘고 치열한 삶의 현장인 빌딩 숲으로 빽빽한 뉴욕 시티를 떠나 또 다른 뉴욕을 느낄 수 있는 업스테이트 뉴욕주 여행이었고, 그곳에서 충전된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직장 생활에서도 조금 더 나은 리더, 열린 보스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보며 이번 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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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우 ChoHow

미국 11년차의 일상 및 직장 생활의 노하우를 전하는 조하우! 브런치 작가 (뉴요커)로도 활동중입니다! 쥐뿔도 모르면서 건너온 미국에서의 삶과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 미국 취업, 생활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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