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뉴요커의 글 #24> *제가 직접 작성한 글이며, 브런치에서 작성한지는 시일이 경과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9년 10월 14일. 씁쓸한 하루였다. 나는 삼성의 노트 8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부주의로 인해서 화면과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꽤나 오래 쓰고 있었다. 수리 비용은 약정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불하기에는 너무 크고 아까운 금액이라 그냥 사용해왔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글을 쓰려고 사용했던 휴대폰들을 찾아보니 깨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사용했던 제품들 중 유일하게 노트 3만 가지고 있지 않아서 사진을 올릴 수 없었지만 이 녀석 또한 비슷한 상태였다. 아내가 그래서 내게 늘 내 손은 곰손이라고 부르곤 한다. 정말 투박하고 손가락이 인간처럼 정교하지 못해서 잡히는 모든 것들을 부순다고 놀리곤 한다. 나의 조심성이 문제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처음 미국에 와서 스마트폰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에 주변에서 다들 아이폰을 쓰길래 아이폰 4S를 사서 썼던 적이 있었다. 미국은 통신사마다 보통 2년 약정으로 기계값을 나누어 지불하며 사용을 한다. 이전까지 스마트폰이 뭔지도 몰랐던 나는 주변에서 대부분 아이폰을 사용하길래 별생각 없이 사용했던 적이 있다. 내가 처음 사용한 아이폰 4S는 지금 봐도 디자인이 참 예쁘다. 각 잡힌 깔끔한 모습에 메탈로 장식된 테두리까지 디자인적으로는 참 예뻐서 좋았던 것 같다. 글을 쓰려고 서랍 속에서 고대 유물인 이 녀석을 꺼냈는데 뒷모습은 지금 봐도 요즘 나오는 그 어떤 스마트폰에도 밀리지 않는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써봤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메탈 프레임이 내 손가락 마디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쓰면 쓸수록 불편해서 그 이후로 아이폰은 거들떠도 안 봤다. 더군다나 비슷한 시기에 내 직장 생활의 롤 모델인 삼촌께서도 삼성에 임원으로 승진하시면서 더욱 삼성 제품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기에 애플과는 영원한 이별일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미국에 있어서 그랬는지 더 대한민국 국적의 회사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내 미국에서의 첫 차 또한 현대자동차의 중고차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삼성이 만든 갤럭시 노트 3을 구매해서 사용했다.
갤럭시라는 스마트폰이 있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나는 줄곧 갤럭시의 노트 시리즈를 사용해왔는데, 펜 기능은 참 써도 써도 유용한 기능이었다 (3, 6 엣지 +, 노트 8) 안드로이드 앱들과 구글, 갤럭시의 조화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은커녕 놀라운 기술들이 발전하며 아이폰으로 갈아탈 이유를 점점 없애 주었다. 더군다나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은 디자인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서도 삼성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가지기도 했었다 (논쟁을 하고자 글을 쓴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자. 내 아내도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보니 20대 초반부터 애플 제품들만 쭉 사용해왔고, 그 장단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나도 숙지하고 인정하고 있으나 스티브 잡스 이후에 대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최근까지 사용한 노트 8은 기능적으로, 디자인적으로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내 부주의로 인한 파손과 이에 따른 성능 저하, 약정 기간의 만료 등으로 새로운 휴대폰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당연히 새로 나온 멋지고 펜마저도 업그레이드된 노트 10으로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어제는 씁쓸한 날이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아이폰 11 Pro를 선택했던 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계를 받아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꾸 아이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환경이 매우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왜 아이폰을 선택해야 했을까? 그 이유는 현재 내가 파견되어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더불어 직장 동료들인 미국 직장인들의 선택과 연관이 있다.
먼저, 뉴욕에서 출퇴근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사실 대부분 뉴욕 직장인들의 경우 아이폰을 주로 사용한다. 최근 들어 갤럭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세는 아이폰이다. 특히 사무직종의 경우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우리 회사의 경우 오피스를 사용하는 매니지먼트 인력들이 총 30명가량 되는데,
나만 유일하게 갤럭시를 사용한다.
그리고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바에서 일을 하는 현장직 직원들의 경우 골고루 섞여 있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아이폰이 비싸거나 프로모션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삼성의 경우 새로운 스마트폰이 론칭되면 통신사와 연계하여 Buy 1 Get 1 Free나 대량 구매 할인이 많다. 현장직의 경우 남미 출신 직원들이 많은데,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프로모션들이 제법 잘 먹힌다. 그래서 갤럭시를 보유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 부분은 삼성이 정말 마케팅과 영업적으로 얼마나 미국 시장을 잘 공략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사무직 중 유일하게 갤럭시를 사용하는 것이 아이폰을 교체한 이유였을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니지만, 남들이 모두 애플을 쓴다고 해서 갤럭시를 사용하는 나는 전혀 기가 죽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격 대비 성능이나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아이폰에 대해서 견해를 당당히 밝히며 동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우리 회사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파견된 300여 명의 직원 중 유일한 한국인 (아시아인 3명) 이어서 그런지 갤럭시를 사용하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이 의식되기 시작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이긴 했지만 나보고 참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사뭇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아내와 이야기를 하면서 장난 삼아 아이폰으로 바꿀까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하지만 정작 아이폰 11이 발표되었을 때, 후면 카메라를 보고는 노트 10을 향한 마음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아이폰 11 Pro를 선택하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미술관은 통신사의 전파가 정말 심각하게 잘 터지지 않는다. 워낙 넓다 보니 일부 터지는 곳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전파가 매우 약하다. 그렇다고 통신사 기기를 설치할 계획도 없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는 있다는 점이다. 우리 회사가 담당하고 있는 카페, 레스토랑, 바는 구석구석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서 소통을 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수인데, 와이파이에 의존해서 통신을 하다 보니 동료 직원들은 서로 아이메시지를 통해서 소통을 한다. 팀 커뮤니케이션도 물론 아이메시지로 하게 되는데, 나는 갤럭시이다 보니 내가 포함된 단체 메시지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 일부 팀원들은 퇴근하고 미술관 밖을 나가서야 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곤 한다. 나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내 직속상관인 Regional Director에게 개선을 요구했고, 단체로 사용한 앱을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9월에 약 2주를 휴가를 다녀온 후에도 변화가 없었고, 개선은 미뤄지고 미뤄졌으며 마침내 내 휴대폰 변경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워낙 파손이 되었다 보니 먹통이 되거나 동작이 잘 인식이 안 되는 등 불편함이 매우 많아졌다.
개선을 기다리느냐 혹은 내 의지를 희생하면서 팀에 녹아드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만 같았다. 개인의 휴대폰을 가지고 결정하기에는 너무 심오한 질문이었겠지만 나에겐 그 정도로 심각한 고민이었다. 갖고 싶던 노트 10이냐 팀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줄 아이폰이냐는 내가 구매를 결정하고 주문을 한 어제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어졌다. 내 상사도 일이나 소통 때문에 아이폰으로 바꾸는 것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 성격상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고 앱을 깔아야 하는 상황이 더욱 불편할 것 같아서 결국 나는 7년 만에 아이폰을 구매하게 되었다.
미국의 콜럼버스데이 공휴일이었던 어제, 그리고 개인적인 휴무로 오늘을 쉬었기 때문에 아직 내 동료들은 내가 아이폰으로 바꾼 것을 모르고 있다. 그들은 물론 내가 바꾼 것에 환호를 하고 하루를 재밌게 보낼 에피소드가 생겼겠지만 나로서는 이 결정이 못내 씁쓸한 하루였다. 굳이 나 스스로를 위로해보자면 한국에서는 국산인 삼성이 더 많이 퍼져있듯 이 곳에서의 국산인 애플 제품이 많이 퍼져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미 나의 손에 들어오고 변경이 된 이상 나는 이 녀석을 잘 효율적으로 사용해봄과 동시에 이번에는 부서지지 않게 잘 사용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도 오는 25일에 정식적으로 출시를 한다는 기사를 오늘 접했는데, 디자인적인 솔직한 의견은 갤럭시 제품들의 완승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비판하고 있는 후면 3개의 카메라의 경우 내가 어두운 색을 선택해서인지 생각보다는 그래도 적응이 빨리 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사진으로 접한 것보다는 실물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긴 한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후면 디자인임에도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이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약 2년의 약정 기간 동안 나는 이 녀석의 뒷모습보다는 앞모습을 볼 시간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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